[서평] 행복은 월급순이 아니잖아요 <행복의 함정>
만들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행복을 만들어라.
없앨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고통을 없애라.
매일 매일 너는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단다.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의 가슴에 기쁨의 씨앗 하나하나를 심을 때마다
네 가슴에는 기쁨의 꽃이 필 것이다.
네 이웃의 생각과 감정에서 뽑아낸 슬픔 하나하나는
너의 영혼에서 아름다운 평화와 기쁨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 제러미 벤담 -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제레미 밴딩의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왠지 공자님 말씀같고 별로 와닿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부유하면 행복한가?
흔히 경제학자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두 배 내지 세배 증가했지만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50년 전에 비해 높지 않다.
일본 역시 1인당 국민소득이 6배 늘었지만 행복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선진국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면서 ‘행복의 역설’이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올라서면 그 다음부터 소득수준 향상만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 없다고 한다. 딱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심지어 소득의 증가가 사회 전체의 행복을 해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돈을 더 번 사람의 행복은 증가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회공해 탓에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의 행복은 3분의 1정도 줄어든다.
게다가 습관화 때문에 얼마 뒤 이전에 얻은 행복의 약 40%를 잃게 된다고 한다(p.208).
경제적인 풍요만으로 행복하지 못하다면 진정한 행복의 요소는 무엇일가?
저자는 행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7가지 요소를 ‘빅 세븐(Big Seven)’이라 이름붙였다.
가족관계, 재정, 일, 공동체와 친구, 건강, 개인의 자유, 개인의 가치관이 그것이다.
건강과 재정을 제외하고는 관계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관계가 개인의 행복과 연관이 있지만,
인간관계 중 유일한 한 요소는 오히려 행복을 해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직장상사. ㅎㅎㅎ 정말 격하게 공감된다.
만나면 오히려 즐거운 직장상사를 갖고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과 무관한 요소는 무엇일까?
나이, 성별, 외모, 지능지수, 교육수준이 그것이다.
괜히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나의 운명을 탓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행복을 위해 바꾸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
그 중에 가장 가슴깊이 와 닿았던 것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과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 sum game)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비싼 사교육비를 내며 아이들 공부를 시키는 것은 왜 일까?
아마 남보다 좀 더 높은 지위를 얻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지위경쟁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지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보다 성공해야 내가 그곳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모든 사람이 합계를 변화시킬 수 없는 어떤 것을 바꾸고자
엄청난 노력을 퍼붓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익을 보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불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나의 성공만큼 타인의 실패가 중요하게 보인다면
다른 접근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포지티브섬 게임이다.
포지티브섬게임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불가피하겠지만,
빅 세븐에 있는 다른 요소들 즉, 인간관계의 질을 높이는 면에서
포지티브섬 게임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 대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자세말이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들도 이타심을 발휘해서 서로 도우며 일하는데 더 큰 만족을 느끼는 존재이기 떄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좀 더 윤리적인 자세와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설령 누군가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윤리성과 공정성의 강조, 공동체를 위한 헌신 등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를 넘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 즉, ‘자본주의 4.0’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행복의 함정’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