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의 소중함/독서

[서평] 나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 <조선의 뒷골목 풍경>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취향 2023. 7. 21. 10:08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의 뒷골목 풍경

 

- 목차-

1. 수만 백성 살린 이름없는 명의들/민중의
2.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된다/군도와 땡추
3. 투전 노름에 날새는 줄 몰랐다/도박
4. 마셨다 하면 취하고, 취했다 하면 술주정/금주령과 술집
5.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과거
6. 누가 이 여인들에게 돌을 던지는가/감동과 어우동
7. 서울의 게토, 도살면허 독점한 치외법권 지대/반촌
8.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뒤흔든 무뢰배들/검계와 왈자
9. 조선 후기 유행 주도한 오렌지족/별감
10. 은요강에 소변 보고 최음제 춘화 가득하니/탕자
 

 

박사과정을 하며, 늘 마음속에 가졌던 숙제.  '어떤 논문 주제를 잡아야 할 것인가'이다. 아마 박사를 마친 사람들도 그 영역을 계속 고민하고 있을터. 

 

그런 면에서 학문을 하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다. 성실하고 묵묵히 공부하는 것은 기본을 다하는 것이고,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학문영역을 발굴하는 것 그것이 학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덕목인 것 같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그래서 부러웠던 책이다. 나는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지만, 역사가 기억하지 않은 평범한 조선 사람들의 생활, 이것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미쳐 보지 못했지만, 아주 소중한 학문영역일 것 같다.

우리는 역사를 승리자의 역사라 한다. 평민이나 뒷골목은 역사의 관심 대상은 분명 아니다. 때문에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영역에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노력을 실로 대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텀페이퍼 하나 쓸 때도, 정말 열심히 리딩한 30-40편의 아티클들이 단지 한 두 장으로 정리되어 버리는 그런 아픔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나는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얼마나 많은 레퍼런스를 인용했는지를 눈여겨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책은 정말 완성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있었겠구나 싶다. 많은 양의 레퍼런스를 읽은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광범위한 분야의 책을 보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런 두가지 면에서 이 책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쉽지 않은 일을 용감하게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책의 단점을 독자인 나까지는 굳이 짚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조선도 좋아졌다. 유교와 성리학, 고루하고 무능력한 선비집단. 내가 조선에서 연상되는 키워드들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조선도 생기발랄하고,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시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도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시대였다. 조선의 양반들도 한 여자를 가지고  유치한 감정싸움을 하기도 했고, 건달패와 오렌지족 들도 있던, 그렇게 사람이 사는 나라였다.

한편, 내 인생도 생각하게 된다.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내 이름 석자. 언제까지 누가 봐 줄까? 자신이 없다. 그래서 조선의 뒷골목과 일반 평민을 파헤친 이 책이 더 애틋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남겨질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기도 하겠지만, 또 마냥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앞에 나서는 사람들보다는 뒤에서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런 일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줘야 할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