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밟기
가을 수확인 끝난 논에 보리를 심는다.
추운 겨울을 땅 속에서 보낸 보리는 봄이 되어야 싹을 틔우는데,
언 땅을 뚫고 겨우 겨우 올라온 보리 새싹을 농부를 꾹꾹 밟아준다.
보리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보리를 위한 농부의 선의이다.
보리가 자라는 밭을 밟아주면서
겨울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들뜬 땅과 보리뿌리를 밀착하게 해준다.
이렇게 해야 웃자람을 막아 보리가 건강하게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
새싹입장, 농부입장
농부의 발에 밟히는 새싹 보리는 괴로울 것이다.
새싹 입장에서는 자기가 왜 밟혀야 하는지 모르니 더 괴로울 수밖에.
밟히는 보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보리는 말할 수도 없고,
보리밭에서 이사나갈 처지도 못되니 별 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어떨까?
보리밟기. 좋게 보면 멘토링, 나쁘게 보면 갑질이다.
보리밟기같은 고마운 충고
타인에게 바른 말이나 충고를 해주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비록 선의를 가졌더라도, 상대방이 불쾌하다면 갑질이라니 말이다.
차라리 보리밟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도 한다.
새싹 입장에서 보리밟기는 그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 일일까?
모든 것을 갑질, 꼰대질로 치부해버리리지 말고
농부의 보리밟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을 삼느냐이고, 그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여기서 빠져서는 안될 것은 그 지적을 '인정하는 용기'이다.
보리밟기해주는 고마운 농부까지 내 곁을 떠나게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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