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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소중함/독서

[서평] 100년 전 조선 여행자의 시선 -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by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취향 2023. 6. 30.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지은 한국과그 이웃나라들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지은 한국과그 이웃나라들

 

1800년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조선

1894년부터 1897년 사이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4차례나 조선을 다녀갔다. 그녀는 이미 23세에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여행한 나라에 대한 여행기(그녀는 연구서라고 불렀다)를 적고 있었다. 

 

세계에 아직 문을 열지 않았던 한국에 과감하게 들어온 비숍여사는 조선에 대해 매우 촘촘한 글을 남겼다. 

 

이 책은 1897년 출판되었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정말 100여년 후인 1994년에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에 의해서였다.

한국인에 대한 비숍여사의 첫 느낌은 '그로테스크'하다는 것

 

체구보다 훨씬 크고 넓은 옷, 갓과 상투에 둘러싸인 한국인. 정말 그럴것 같기도 하지만, 한복과 전통복장에 익숙한 나에게 그로테스크하다는 평가는 좀 당황스러웠다.

 

연지 곤지 찍은 귀여운 한국 신부에 대해서도 괴상망측한 차림새라고 말하니,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조선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


이 책에서 접한 100년 전 나의 조상에 대해 난 정말 가슴아팠다. 

아프라카의 가난한 사람들의 스토리 못지않다.  

 

비숍여사는 한국인에 대해 영리하고 근면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굶주림을 면할 만큼의 잉여재산만 있으면 바로 수탈해 가는 지배계급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조선의 발전에 지배계급이 얼마나 해악을 미치는 지를 정말 자세히 적고 있다. 

비숍여사는 우리 지배계급(양반)을 면허받은 흡혈귀, 기생충으로까지 표현했다. 

 

이런 지배계층이 없는 척박한 시베리아에 정착한 한국인의 훌륭한 삶에 놀라면서 

한국인 자체는 매우 발전 가능성있는 민족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니 더 불쌍해진다.

여자들의 고충을 듣자니, 더욱 안타깝다. 

흔한 한국의 이미지 중에 하나로 강가에서 빨래하는 여자, 고요한 한밤에 들리는 다듬이질소리를 들었는데, 여성의 노동강도를 알 수 있었다. 

 

남녀차별, 시집살이, 자유롭게 말하고 다닐 자유조차 없는 격리된 삶. 

내 할머니의 어머니쯤 되시는 분들, 

그리 멀지 않은 조상들도 그렇게 살았다니 새삼 엄마의 삶까지도 되돌아보게 된다. 

반가운 것은 명성왕후에 대한 평가이다. 

 

비숍여사는 명성왕후와 고종황제를 몇번 만난 적이 있고, 

명성왕후 시해사건(을미사변)과 그 이후 단발령, 

아관파천 등의 정치적 상황을 몸소 겪고 이를 자세히 적고 있다. 

 

명성왕후의 외모에 대해 우아하고 늘씬한 여성이며, 피부는 정말 투명하고 머리카락은 빛이나는 흑발이라고 묘사한다. 

지성미가 넘치고 눈빛은 날카롭고 예지가 빛났다고 한다. 

고종은 온화하지만 신경이 예민한 듯하다고 묘사했다.  

한편, 당시 상황을 알게 되니 재미있는 것도 많이 있다. 우선 환율이다. 

우리돈 1,000냥은 33달러에 불과했다. 

10파운드를 우리돈으로 환전해서 옮기려면 일꾼 6명이나 조랑말 한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인의 의식 역시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서울에 대한 의식은 100년전에도 동일했다. 

비숍여사는 우리가 서울은 곧 한국으로 생각하고 모두 서울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모든 한국인의 마음은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복닥거리며 모여사는 것은 한국인의 기질때문인 것 같다. 

교육열 역시 여전한 것이었다.

 

외국인 여행기. 이런 글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또한 강대국 영국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다보면 한국남자의 평균 신장이 163.4센티라고 적혀있는데 

이 수치는 영국인 스티리플링이 서울지역 1060명의 성인남자의 키를 직접 재서 나온 수치라고 한다. 

 

비숍여사 역시 한국 사람, 문화, 지하자원과 국토, 정치와 경제상황, 정부의 직제 등 정말 자세한 내용을 적고 있다. 

비숍여사가 이 책을 여행기라고 하지 않고 연구서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런 정보들은 어디에 쓰였을까? 

영국은 한국뿐아니라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자신들의 세력 확장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당시 한국과 영국의 차이를 생각하면 정말 실망스러울 뿐이며, 

지금 두나라의 차이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조선인을 알게 되었다. 마치 아프리카 어느 나라를 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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