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나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일까?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고3때 읽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었다.
역사와 사회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절에 접하게 된 태백산맥은
정말 새로운 감동이었고, 내가 알지 못한 세계였다.
그리고 20대가 되어서 한동안은 미셸 투르니에의 책이 좋았다.
까칠한 나의 성격을 매만저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뒷모습>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 53점에 투르니에가 감상을 적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에두아르 부바의사진 중 뒷모습 사진만 모여있다.
그들은 왜 뒷모습에 관심갖는가?
뒷모습은 진실을 말하기 떄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뒷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본문 중에서)
이 책속에는 가난한 농부, 뱃사람, 종교의식을 드리는 사람들, 무용수와 모델, 연인, 노인들,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의 뒷모습과 그들의 삶이 들어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리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인도,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긴 하지만 상식이란 통하는 법이라서 그런지
그들의 진실된 삶은 우리 그리고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
갓 연애를 시작한 듯한 커플의 모습,
야윈 소와 똑같은 등을 가진 노동자,
칠판에서 산수문제를 푸는 어린이의 힘겨움,
바다로 뛰어드는 어린이들의 통통한 엉덩이들,
등으로 연기하는 어릿광대 등
나의 지나온 세월같기도 하고, 또 앞으로 겪을 것만 같기도 하다.
꾸미고 감출 수 있는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진실을 이야기하기에 사진 속 주인공들의 진정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듯하다.
또한 사진 속 주인공 뒤에 서서 그들이 보는 시선을 나도 따라 보면서
주인공들이 맘속으로 또는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느끼는 참뜻을 그대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낀 사진은
맨 마지막장에 담긴 사진이다.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서 온몸에 플라타너스, 마로니에 잎사귀를 주렁 주렁 달고 서있는
순진한 소녀의 뒷모습이다.
즐거운 놀이를 한바탕하고 갑자기 친구들이 사라져버려 허망해 보이는 그 소녀의 뒷모습에 대해
투르니에는 빈 나무뿌리에서 튀어나온 존재로,
나무잎새로부터 툭 떨어진 숲의 지신(地神)이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접한 후에 종종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시 열어보곤 한다.
언젠가 이 책에 실린 사진을 그려보기도 했다.
침대곁에 두고, 가끔 책장을 넘겨볼 정도로 한동안 좋아했다.
나의 뒷모습은? 꾸밀 필요는 없다.
뒷모습의 진실을 깨닫게 된 후로 나는 내 뒷모습을 생각한다.
싫어하는 사람과 거리두기, 자신없는 보고서, 내키지 않은 만남 등 솔직하지 못한 날.
이런 때에도 진실하자고 다짐하게 하는 것은 애써 숨기고 있지만 그래도 사실을 말하는 뒷모습 때문이다.
내가 애써 숨기려는 것들은 사실 숨길 수 없다는 것은 한편 날 편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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