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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소중함/독서

[서평] 반 고흐, 영혼의 편지

by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취향 2023. 4. 26.

 

반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오래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고흐 작품전을 할 때이다. 고흐 자화상에서 본 빨간 선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뒤를 돌아 다른 작품들을 다시 보았다.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 말로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색이다. 색은 단순히 색이 아니었다. 그는 말을 하고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색'을 만들어냈다. 입체효과도 공간감도.

반고흐 자화상
서울시립미술관 반고흐 전의 메인 테마였던 그의 자화상. 아쉽게도 인터넷 상에서는 강렬한 빨간색이 빛나는 그림을 구하지 못했다


고흐에게 어떻게 이런 능력이 있었을까? 작품만으로 고흐를 알면 그저 고흐는 우리 일반인과 완전 결이 다른 천재였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고흐를 약간 알게 되니 좀 다르게 보인다.

 

'인간으로서의 고흐'를 알게 된 것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고흐가 보낸 편지는 고흐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던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에 대한 감사 그리고 송금 부탁, 자기가 하고 있는 그림에 대한 설명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다보면 돈벌이도 못하고 동생에게 의지하고 있는 무능력한 형의 모습이 아주 선명하다. 고흐도 사람이구나 싶은 대목이 정말 많다.

고흐가 한 노력에 대한 내용도 많다. 고흐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화가가 되기까지.. 그의 성공은 천재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이 책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늦게 시작한 화가의 길. 고흐는 테오에게 자신의 길이 '전투'가 될 것이라 선언한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최상의 것을 얻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 후, 수많은 스케치와 색채 연습의 반복이다. <감자먹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희미한 램프불빛 아래 농부의 리얼리티를 위해 그는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우고, 사람 두상을 40여 차례 그려보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서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고 싶어 했다. 

그 노력속에 수없이 많은 좌절도 있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조급함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성공이 닿을 듯하면서도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 없는 자신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성공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가 다시 절망하고 삶이 반복되었다"고 말이다.  

왠지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흐는 자신의 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간다.'
  
그가 부단히 노력할 수 있었고, 모든 어려움을 참고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흐는 확신과 힘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고받은 테오와의 편지는 자신의 열정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비록 연인은 없었지만 동생이란 존재가 그에겐 연인이나 인생의 동반자, 친구 이상의 존재였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형제의 엔딩은 슬프기 짝이 없다. 고흐가 살아생전에 팔렸던 자신의 그림은 단 한 점이었다고 한다. 동생 테오가 그림을 파는 화상이었음에도 형의 작품 판매는 잘 되지 않았다. 고흐가 죽은 후 테오도 갑작스레 죽었다고 하니 두 형제의 엔딩이 안쓰럽기만 하다. 

 

여담이지만, 고흐의 작품이 빛을 본 것은 동생 테오도 죽은 후, 테오의 와이프와 아들 덕분이었다. 형제의 이야기를 근사하게 잘 다듬고, 고흐의 작품 가치를 높여준 테오의 와이프 덕분에 오늘날 고흐의 작품이 우리 곁에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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