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은 귀차니즘의 대표적 캐릭터이다.
스노우캣이 귀차니즘이란 풍조를 만들었는지, 그 선후와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스노우캣은 정말 경지에 오른 귀차니스트님이시다.
스노우캣 혼자놀기는 꽤 오래전인 2001년도에 나왔다.
나도 역시 그 즈음 이 책을 사보았다. 그리고 나서 근 3년만에 나온 책이 파리의 스노우캣이다.
스노우캣 혼자놀기를 읽다보면, 앞 부분에 스노우캣 엄마가 처음 스노우캣을 낳은 장면이 있다.
스노우캣을 낳은 엄마에게 의사는 다음과 같은 축하를 보낸다.
"축하합니다. 혼자 노는 아이를 낳으셨군요!"
아! 태초의 귀차니스트는 그 의사였는지 모른다. ㅎㅎ
의사의 말처럼 스노우캣이 혼자 노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즉, 왕따가 아니란 뜻이다.
스노우캣은 스스로 혼자 노는 것을 선택하였고, 그것을 충분히 즐긴다.
(그는 혼자노는 방법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파리의 스노우캣>은 파리 여행을 회상하고 싶은 마음에 고른 것이다.
내가 처음 간 파리는 여행 목적이 아니라, 출장 중 낀 주말을 보낸 곳이었다.
낭만의 도시에간 스노우캣!.. 말 그대로 낭만 고양이다. 책 전체에 낭만이 뚝뚝 떨어진다.
이렇게 낭만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스노우캣이 정말 부럽다..
으아~ 스노우캣의 혼자놀기와 더불어 변하지 않은 것은 스노우캣의 뛰어난 상상력이다.
그의 상상을 엿본다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파리의 스노우캣은 <스노우캣 혼자놀기>에 비하면 그리 색다르지 않고 신선하지 않고
또.. 좀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대부분의 내용이 파리의 멋진 카페를 소개하는 것이어서 다소 지루했다.
물론 책을 사기 전부터 '카페 감식가' 스노우캣이란 소개글을 보긴 했지만,
그의 독보적인 혼자놀기와 허무주의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았다.
오르세 박물관의 고흐, 밀레..등의 작품,
몽마르트르와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과 세느강의 유람선,
노천카페와 길거리 책방 등에 대한 묘사와 부드러운 그림은
새삼 즐거운 파리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나도 보았지만, 미쳐 느끼지 못했던 작가의 정신을 엿보고
감탄을 연발하기도 하였다.
글과 함께 수록된 낭만 파리 스케치는 너무 맘에 든다.
부드러운 색감도 좋고, 수채화같이 깔끔, 가볍, 경쾌함이 글읽기를 더욱 즐겁게 해 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새삼 부러웠다.
정말 소중하게 느낀 것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것.
그림이던 글이던, 사진이던지, 소중한 것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칫 딱딱하고 진부할 수 있는 글보다는,
나만의 상상과 감정을 실을 수 없는 사진보다는,
그림을 그려 둔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일런지!!
미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나의 감정과 느낌까지 다 담아 낼 수 있으니
그림이란 정말 기록의 진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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