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잘 모르는 삼국지
문고판 작은 책이고, 총 10권짜리이다. 복잡하고 힘든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상하게 삼국지 이 책에 중독되어 밤잠을 아껴 읽게 된다.
정말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맞는 것이었다. 삼국지는 정말 작품 중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 내가 알던 삼국지는 그저 간사한 조조, 부처님 같은 유비 그리고 2인자 관우, 무식한 장비, 천재 제갈량에 불과했다. 성인이 되어서 아주 가끔 삼국지 마니아를 만날떄마다 좀 움츠려들었던 느낌 외에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는 실제로 이 책을 거의 다 읽기 전까지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는 줄 알고 있었다. ㅎㅎ 그런데 책을 읽어갈 수록 유비는 점점 망하고.. 잠깐 부흥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죽고...ㅎㅎ 웃긴 일이다. 나의 잘못된 지식이 '논스톱 정주행'을 만든 면도 있다.
결국, 삼국을 세운 원년 멤버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사라지고, 다음 혹은 그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 혼란 또는 멸망으로 결국 삼국은 조조가 세운 나라로 통일된다.
그러나 통일의 주인공은 조조의 후손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왕위를 다시 뺏은 사마 가문의 사마염이었다. 후한말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난세가 시작된 지 100년만에 이루어진 통일이었다.
리더의 역할, 그리고 누구에게 무슨 역할을 맡길 것인가
삼국의 통일의 주인공은 결코 나라의 주인인 황제가 아니었다. 제갈량 같은 뛰어난 참모들의 지략 싸움이었다.
조조의 곽가, 가후, 순욱, 주유, 유비의 제갈량, 그리고 강유, 손권의 주유, 노숙 등...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의기투합했던 출중한 인재들.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한 사람에게 힘이 쏠리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인재의 등용을 막으면, 이것은 결국 나라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가 모이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능력이다. 덕성과 지혜가 중요하다.
10여년 넘는 사회생활을 하고 나니 삼국지의 이야기가 현실과 중첩된다.
배신이 판치고. 노력과 의지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도 아니다. 이 소설 속에 권선징악은 아예 없다. 그래서 결말을 알 수 없고 더 재미있다. 삼국지가 왜 꾸준히 인기있는지 알게 해준다.
내가 읽은 것은 장정일이 펴낸 삼국지이다.
그는 서문에서 무의식중에 중화주의를 강요하고 있는 기존의 삼국지와 다른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멋진 일.. 사실 나는 다른 작가의 삼국지를 읽지 않았기에 비교는 어렵지만.. 이 책이 아주 읽기 편한 편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별다섯개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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