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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소중함/독서

[서평] 날개꺽인 스승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by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취향 2023. 9. 1.

정약용&#44;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저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조선 대학자 정약용의 18년 유배생활, 가족과 제자들과 나눈 편지글을 모은 책

 

18년동안 대한민국 시골 한 구석에 갇혀지냈다. 그 동안 약 500여권에 이르는 경집과 문집을 출간했다. 

 

조선팔도에 대적할 사람이 없을만큼 대학자였던 정약용에게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18년간의 유배생활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속이 얼마나 무너져내렸을까?

그는 냉철하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스스로를 폐족이라 정의하고 폐족으로서의 살아갈 방향에 대해 일러준다. 

 

폐족이 사는 길은 곧 성인이 되는 것

 

그것은 바로 '성인'이 되는 길. 어차피 벼슬길에 나가는 것이 글러먹었다면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학문으로 끝을 보는 것이라고 아들들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어떠 어떠한 공부를 하고 어떤 내용의 책을 지어볼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편지 내용의 정황을 보니 아들들은 아버지와 뜻이 달랐던 것 같다. 

 

당장 몰락한 양반이 겪었을 현실은 아들들에게 성인이 되는 길보다는 당장 식솔들의 밥벌이가 시급했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와 가문의 몰락을 보며 글공부를 계속하는데 상당한 회의도 들었을 것이다.

다산은 아들들에게 끝까지 공부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아들들이 고민하는 밥벌이에 대해서도 외면하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을 농업 업종을 소개해주는 편지글이 있다.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고집하지 않는 것. 위대한 학자도 자식앞에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입직 제자에게 알려준 고을 수령의 처신


단연 감동스러운 것은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글들이다. 

 

아직 공부중인 제자들에게는 폐단이 있으나 벼슬길에 나갈 것을 권고하기도 하고 돈벌이가 될 만한 농사에 대해서도 코치를 해준다. 고을 수령이 된 제자들에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데 나는 이것이 정말 와닿았다. 

 

고을 수령과 지방 관리의 입장과 생리, 그리고 어떻게 처신할지에 대한 글은 왠지 지금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가 유배지에서 풀려나 자신이 준비한 정책을 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 우리 사는 시대가 좀더 바뀌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가슴아픈 것은 '목민심서'라는 책 제목에 담긴 뜻이었다. '心書'라는 것은 유배된 몸으로 실천할 수 없고 마음속으로만 품은 뜻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가 강진의 산골짜기에서 얼마나 뜻을 펴기를 갈망했을지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다. 현대에서라도 다산 선생께서 더 많이 존경받고 연구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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